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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사고법

interfacer_han 2025. 1. 24. 21:35

큰따옴표(") 속 영어가 있는 경우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5단계' 속 단계 이름들의 경우, 그 내용은 일론 머스크 발언의 직접 인용입니다. 제 번역으로 인한 늬앙스의 손상을 염려해서 넣었습니다. 인터뷰 원본은 #6에 있습니다.

 

#1 1원칙 사고법

"First principles thinking". 모든 현상을 쪼개서, 그 속에 내재한 물리적 본질을 찾는 사고법이다. 왜 그러냐면 "이게 가능한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우리 주위에 법을 어기는 사람은 있어도, 물리 법칙을 어기는 사람은 없다. 물리학만이 법칙이고 그 외의 것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physics is law and everything else is a recommendation"). 1원칙 사고법은 '물리' 법칙에 의거하므로 삶의 거의 모든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어떤 아이디어ㆍ의문ㆍ제안이든, 가장 기초적이고 명백한 물리 법칙(에너지 보존 법칙, 운동량 보존 법칙 등)이 나올 때까지 압축시킨다 ("boil something down to the most fundamental principles"). 그리고 거기서부터 시작해 위로 쌓아 올리듯 '물리적 가능성'을 추론해 나간다. 충분한 추론을 통해 도출된 결론으로 아이디어의 성립 가능 여부를 파악한다.

 

#2 극한에서 생각하기

"Thinking about things in the limit". 어떤 문제를 매우 크게 혹은 매우 작게 확장ㆍ축소했을 때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본다. 제조량 같은 숫자의 크기만 볼 게 아니라, 일정의 변화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말이다. 제조("manufacturing") 업계에선, 첨단 기술을 설계하는 것보다 그것을 대량생산 체제로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어떤 부품이나 제품이 왜 비싼지 파악하려 한다 해보자. 근본적으로 어리석은 설계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생산량이 적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이때 "연간 생산량이 100만 개라고 가정해도 여전히 비싼가?" 하고 물어보라. 100만 개 규모에서도 비싸다면, 원인은 생산량이 아니라 설계 자체일 것이다.

 

휘두르기만 하면 원자를 재배열할 수 있는 '마법 지팡이 ("magic wand")'가 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밀키트에다가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면 1초 만에 음식이 만들어진다. 어떤 공장에서는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거기에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는 식으로 제품을 뚝딱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 공장에서의 제품 생산 총비용은 (원재료를 바꾸지 않는 한) 업계에서 절대적인 최저 비용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비용은 제품 생산 비용의 '수렴 가능한 최저선'이다. '수렴 가능한 최저선'을 산출해 보면 거의 항상 매우 낮다. 즉, 실제로 비용을 높이는 것은 원자들을 원하는 형태로 배열하는 과정(설계)이라는 얘기다. 정말 제조를 잘한다면, 어떤 것이든 대량 생산 시 필요한 원재료 가격 +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license rights") 사용료 정도에 수렴하는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3 양방향 사고

"Try to imagine the platonic ideal of the perfect product or technology, whatever it might be". 제품 설계를 할 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익숙한 도구ㆍ방식ㆍ재료ㆍ트렌드ㆍ경험을 기준으로 두고 제품을 만들려 한다 (Bottom-up). 이러면 과거의 관성에 휘둘리기 쉽기 때문에 '최적의 제품'이 나오기 힘들다.

 

'이상("platonic ideal") 기반 사고'는 '가장 완벽한 제품ㆍ기술의 이상적 형태'를 먼저 상정하는 것이다 (Top-down). 이상적 제품의 원자 배열("arrangement of atoms")은 어떤 모습이고 그걸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 형태를 쉽게 재현하기는 힘들다는) 현실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양쪽으로 생각하라"다. '현재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것'과 '이론적으로 가장 완벽한 제품의 모습'을 모두 고려하라. 짬짜면도 아니고 Bottom-up과 Top-down을 동시에 하라는 게 대체 무슨 말일까? 바로 중간 단계를 만들라는 얘기다. '기존 도구ㆍ방식ㆍ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도구ㆍ방식ㆍ재료'를 만들되, 그 새로운 도구ㆍ방식ㆍ재료의 역할은 '궁극의 이상적 기술ㆍ제품'을 실현하기 위한 징검다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Okay, now what tools, methods, materials, whatever, do we need to create in order to get the atoms in that shape?").

 

그리고 이론적 완벽함의 이미지는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완벽한 제품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이미지가 점점 더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근사해 가곤 한다 ("approximate a more perfect product"). 그럴수록 '이상 기반 사고'를 더 정확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글쓴이 사족: 스타크래프트2의 등장인물인 '아바투르'는 이렇게 말했다: "완벽은 없음. 완벽이라는 목표는 계속 변함. 멈추지 않음. 따라갈 수 있지만, 붙잡을 수 없음".

개인적인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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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떠올리는 구체적인 방법은, (머릿속에서) 2차원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은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에 기반한다.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나의 경험ㆍ선입견'이라는 순방향 사고가 개입되기 무척 쉽다. 그래서 '이상'을 이미지화하기 전에 이미지가 아닌, 이상을 표현하는 몇 가지 단어의 조합을 먼저 떠올리면 좋다. 그 단어 조합이 가드레일이 되어, 과거의 관성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단단히 잡아준다.

 

#4 좋은 제품을 만드는 5단계

각 단계의 순서에 신경 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자동화부터 하고 → 그 속도를 높이고 → 단순화하고 → 뒤늦게 필요 없는 걸 제거한다면, 시간은 시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노력은 노력대로 증발할 것이다.

 

#4-1 Make your requirements less dumb

요구사항은 반드시("definitely") 멍청("dumb")하다. 따라서 (요구사항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덜 멍청하게라도 만들어야 한다. 지시한 사람이 누구든,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라. 특히, 똑똑한 사람은 무결한 요구사항을 내놓을 것이란 착각에 조심하라.

모든 요구사항에는 누군가의 편견이 숨어 있다. 아래는 짐 켈러가 일론 머스크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다.

 

짐 켈러: 일론 머스크는 "그게 정말(really) 제일 중요한 거야?"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 질문의 과정에서 모든 가정, 확신, 편견을 버렸습니다 (오픈 마인드). 우리가 가진 생각의 99%는 편견을 지키려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그중 98%는 아예 틀렸을 거고요. 생각의 범위를 넓혀야 새로운 걸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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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사항이 멍청하다고, 실제로 그렇게 믿어야 한다. 아무런 의심과 비판 없이 요구사항에 만족하는 순간, 발전 가능성은 0%로 고정된다.

요구사항을 명시적으로 평가하다 보면, 많은 요구사항이 문제의 추상적인 겉부분에 매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경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며 시간 낭비를 하게 된다. 이럴 땐 용기를 내어, 내부를 뜯어 봐야 한다. 깔끔하지만 영양가 없는 겉부분을 절개해서, 그로테스크하지만 구체적인 내부 형태를 직시하라. 징그러움을 이겨내라.

 

#4-2 Delete any part or process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최대한 강하게("try very hard") 줄여라. "이건 결국 다시 넣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이건 혹시(≠ 반드시) 필요할 수도 (...)"로 시작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 생각을 들게 한 부분을 그대로 제거하면 된다. 이런저런 대비책을 두지 말란 얘기다.

새로운 걸 만들려면 기존의 생각으로는 안 된다. 그리고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혁신적 아이디어는 발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생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선 필요하지 않은 모든 요소를 철저하게 제거해야 한다. 우리가 삭제한 것의 10% 이상을 다시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충분히 제거를 하지 않은 것이다.

방 정리를 할 때가 떠오른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 치우고 말면, 물건들의 나쁜(?) 배치가 유지되며 창의적으로 재설계할 생각 자체가 나질 않는다. 반면 최대한 방의 물건들을 밖으로 빼서 최소한의 물건들만 둔 상태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도 모르게 샘솟는다. 일론이 말하는 '줄이기'는 이런 감각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4-3 Simplify and optimize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왜 이 단계가 세 번째까지 밀려난 걸까? 왜냐하면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존재할 필요조차 없는 요소("a thing that should not exist")를 '최적화'하고 앉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주어진 질문ㆍ문제를 의심 없이 효율적으로 푸는 사고(수렴적 사고)를 훈련받았다.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낸 문제가 멍청(#4-1)하다거나 풀 필요성이 없다(#4-2)고 말하면 안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다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 족쇄'를 차게 되고, 쓸데없는 문제를 해결하고 최적화하는 실수를 반복한다.

내가 가장 못 지키는 얘기다. 항상 눈에 당장 보이는 코드를 최적화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추후 삭제할 수도 있는 코드까지 말이다.

 

#4-4 Accelerate cycle time* 

* Cycle time: 공학이나 제조 분야에서 한 번의 공정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 프로그래밍에선 코드 수정, 컴파일/빌드, 테스트 자동화, 코드 리뷰 등을 모두 더한 시간이 된다.

개발/생산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라. 밍기적대지말고 빠르게 달려야 한다. 물론, 앞선 단계들을 무시하지 않고 잘 준수했다는 가정하에서다. 앞의 세 단계를 끝내기 전까지는 속도를 높여선 안 된다.

어떤 방식이 통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또는 통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밀고 나가기 위해선 빨라야 한다. 단순히 업무 시간을 늘리는 것(#5-1)으로도 달성(평균 속도↑)될 수 있겠지만, 나는 일론이 '순간 속도' 또한 중시한다고 느꼈다. 순간 속도가 높다는 얘기는 적은 업무 시간에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것, 즉 정신적으로 민첩하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은 '완벽'보단 '완성'을 추구한다. 그리고 '완성주의'는 '완벽주의'를 이기기 마련이다. 완벽주의 강박에 시달려온 나이기에 더 가슴에 새겨야 할 조언이다.

 

#4-5 Automate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라.

#4-1 ~ #4-4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자동화부터 하면 결국 같은 일을 더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 본인도 5단계의 순서를 지키지 않아 곤욕을 치른 적이 많았다고 한다. 즉, 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고법이라는 말이다.
 
프로그래밍에선 (실체가 있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말하는) '자동화'는 불가능하다. 대신 SOLID 원칙 등을 잘 사용해서, 코드가 더 쉽게 유지보수 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5 짜잘한 팁

#5-1 열심히 일하라

100시간을 일하면, 남들의 2배를 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창업을 원한다면 미친 듯이 일하라. 잠에서 깨어있는 시간만큼 일하라.
 

#5-2 훌륭한 사람과 함께하라

창업을 하든 입사하든, 훌륭한 사람들을 모아라.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거나,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룹에 참가하라. 모든 회사는 결국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모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 따라서, 그들이 얼마나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고, 응집력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하는지가 회사의 성공을 결정짓는다.
 

#5-3 담당자 이름 기록

어떤 지시ㆍ의견ㆍ요구사항ㆍ제약을 제시할 때, 부서 이름 말고 담당자 이름을 적게 하라. 담당자는 자신의 지시 사항 혹은 의견 개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부서 이름만 남기면, 몇 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 끄적여 놓은 아이디어가 회사에 남게 될 수도 있다.

 

#6 인터뷰 원본

#6-1 #1 ~ #3

Thingking process 챕터(17분 51초)부터 보면 된다.

 

#6-2 #4

13분 34초부터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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