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심(熱心)
'열심(熱心)'이란,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씀. 또는 그런 마음."이다. 아래는 '열심'의 2가지 존재 이유다.
1. 잘하기 위해서 (수단)
2. 즐기기 위해서 (목적)
우리가 명시적으로 "열심히 하자"고 말할 때는, 대부분 첫째의 의미다. 둘째의 의미는 암시적으로ㆍ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는 디지털 게임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잘해야 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이 약간 불편하기는 해도, 부정할 수도 없다. 나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만들었는가로 평가하지, '열심히' 만들었는가로 평가하진 않으니까. 이 말은 본 게시글의 핵심 주제와 연결된다 (후술함).
#2 몰입(熱心)
'몰입(熱心)'이란,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이다. 과연 열심의 단짝일 수밖에 없다. 열심히 하다 보면, 몰입이 되니까. 그리고 몰입이 되다 보면...
#2-1 몰입의 행복
열심히 하다 보면 → 몰입이 되고 → 재미가 있고 → 행복해진다 (감정적 보상)
몰입의 끝은 (단기적) 행복이다.
#2-2 '열심히'의 함정
이 행복(감정적 보상) 때문에 우리는 함정에 걸리고 만다. 바로, '잘 하려고'가 아니라 '몰입하려고' 공부ㆍ업무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아래는 함정에 빠진 사람의 자기합리화 과정이다.
"이번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아야 하니까 열심히(수단) 공부하자."
↓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몰입되고 재밌어짐)
↓
"공부ㆍ업무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가?"
↓
"잘 모르겠네... 딱히 안될 것도 없고..."
↓
"(시계를 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많이 하기도 했네."
↓
"내가 열심히 했으니까, 그런거겠지."
↓
"몰입되면 아무튼 좋으니까 다시 열심히(목적) 공부하자."
처음에는 '열심'이 수단이었는데, 끝에선 목적으로 바뀌어버렸다. 이를 나는 '열심히'의 함정이라 부른다.
#3 진정히 '열심'하기
진정히 열심히 하라는 얘기는, '수단'으로 열심히 하라는 얘기다. 몰입은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독이 되어버린) 몰입을 깨는 게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 한다. '잘함'을 지향하고 '잘함'과 연결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잘해야 해"라는 말은 사실 진정으로 열심히 하라는 말이었던 셈이다.
#3-1 몰입은 도구일 뿐
'몰입'은 죄가 없다. 그저 정신적 윤활제로서 자기의 역할을 잘 수행한 것뿐이다. 원시 시대에는 인간이 몰입하면 생존 가능성이 대체로 올라갔다. 대표적인 예는 사냥이다. 이런 활동에 인센티브를 주려는 육체 시스템을 어떻게 탓하겠는가?
하지만 이를 악용해 '열심'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비틀고, 몰입을 목적으로 대한다면 삶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된다 (= 견지망월).
몰입의 독립성
나는 몰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목적으로서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ㆍ업무를 게임처럼 다루진 않는다. 공부ㆍ업무 중에 몰입이 되는 순간이 분명 있지만, 그게 진짜 목적이 아님을 알 뿐이다.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나쁠 건 없다.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몰입'이 되든 안 되든, 일이 '잘' 진행되는지 하고는 무관하다.
#3-2 구체적인 방법
'함정' 피하기
어떤 공부ㆍ업무를 하는데 "흥분된다. 너무 재밌겠다."와 같은 심리적인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라.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닐 수 있다. 반면, "힘들어. 재미도 없어. 그래도 이 방식대로 하면 '효율'이 좋을 것 같아. 가시밭길이지만 그래도 기댓값이 좋아"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면, 아마 당신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 테다.
그저 할 뿐
함정을 피했다면 이제 어떡해야 할까? 그냥 ('잘함'을 지향하며) 열심히 하면 된다. 앞서 설명한 '함정'을 피해, 진정한 의미의 '열심'을 추구한다면 당신의 역량에 비례해 잘 될 수밖에 없다.
약간의 조미료
그래도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은 들을 가치가 있다. 나는 요즘 일론 머스크의 조언에 기반해서, 업무를 '잘'하기 위해 전략을 짜는 중이다. 여기서, 나 자신에게 적용되는 경고를 하나 해야 한다. 좋은 방법을 찾는 재미(몰입)에 맛 들여서 잘해지려는 마음가짐에서 멀어진다면, 그 또한 같은 함정에 빠진 거라는 사실을.
#4 TMI
#4-1 AI 시대에서의 열심
| AI의 전문 지식 점령 상황 | 지식 | 지혜 |
| 디지털 분야 | 이미 거의 점령됨 | 점령 진행 중 (상당히 진행됨) |
| 아날로그 분야 | 점령 진행 중 (약간 진행됨) | 미점령 (하지만 시간 문제) |
디지털 지식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이나 특정 업계에서 쓰는 용어들을 의미한다. 디지털 지혜는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 설계 비결, 의사의 증상 및 질병 판단 능력 등을 의미한다. 아날로그 지식은 가령 건물을 짓기 위해서 어떤 자재가 필요한지, 건설 인부들을 모집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효율적인지 등을 의미한다. 아날로그 지혜는 나사를 풀리지 않게 조이는 손의 미세한 감각, 타일 시공을 빈틈없이 해내는 숙련된 타일공의 센스 등을 의미한다.
미래에는 어느 분야든 지식ㆍ지혜를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게 되므로, 사람 간의 편차가 줄어들게 된다. 비유하자면 '전문 지식의 공산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결론은, 지식과 지혜를 갈고닦는 건 중요하지만 (AI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열심'의 진정한 의미를 고려할 때,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지식이 그렇다.
따라서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기획'력이다. '기획'이라는 단어 선정이 불편할 수 있다. '기획'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하면, '지혜'의 범주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려는 '기획'이란, 사업 아이디어나 미세한 감정 포착 등 AI로 손쉽게 따라 하기 힘든 무언가 따위의 뜻이다. 그래서 마치 (포함 관계가 없는) 별도의 개념인 것처럼 서술했다.
#4-2 ADHD의 열심
'열심'의 진정한 의미는, 내가 ADHD를 약물 처방 없이 호전시킬 수 없다고 믿는 이유로 이어진다. ADHD는 어떤 일을 수행하기 데 필요한 도파민 호르몬의 양이 부족한 발달 장애다. 도파민이라는 용어를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그냥 '재미'의 의학적인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아주 약간의 '재미'는 항상 필요하다. 모든 행동 착수의 '불씨'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씨'가 없으니 ADHD 환자는 어떤 일을 '잘'하는 건 고사하고, '하는' 것 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공부든 업무든 '놀이'처럼 바라보고 해야 지속 가능하다. 시작부터 틀려먹은 것이다. 앞서 말한 얘기처럼 공부하다 보니 재미가 생겨서 '잘못된 길'(목적으로서 열심)로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아예 구조적으로 시작과 동시에 '잘못된 길'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신과 방문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 미진단 ADHD 환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필연적으로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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