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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논증

interfacer_han 2024. 10. 17. 21:22

#1 개요

논증은 논제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한다는) 증명이다. 이 논증이 얼마나 짜임새있느냐에 따라 발언자의 말에 힘이 실린다. 따라서, 논증의 구조를 잘 파악하고 스킬을 갈고 닦아야 한다. 논제가 토론이라는 건물의 기둥이라면, 논증은 건물을 이루는 벽돌이다. 승리하기 위해선, 부실 공사 없이 벽돌 하나하나 쌓아올려가야 하는 것이다.

#2 핵심 논리

#2-1 진실

... 나는 데브라(저자의 동료)와의 설전을 돌이켜봤다. 당시 내 상황이 꼭 우리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진실이라 믿는 걸 고집스레 붙들고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거는 부족한 모습을.

진실이 시험대에 오르고 쉽사리 모호해지는 순간에는 절대 그 진실 자체의 지배력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시대일수록 단순히 진실을 알아내서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 타인들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나 기법, 그 단순하고도 오래된 작업에 더 신경써야 하는게 아닐까?

물리 법칙 외에, 이 세상에 고정된 진실 따윈 없다. 그것이 진실이기에 찬성ㆍ반대한다는 식의 태도는 토론에서 성립될 수 없다.

#2-2 논증

논증은 목록 나열도 구호 외치기도 아니고, 격려 연설도 자기감정의 정직한 표현도 아니다. 우리의 관점을 애매모호하게 뒷받침하는 건 논증이라고 할 수 없다. 논증은 어떤 것들이 존재하는, 또는 존재해야 하는 방식에 대한 결론이다. 핵심 주장과 일련의 근거 및 증거로 정당화되어야 되고 말이다. 논증은 토론이라는 건물을 짓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벽돌과 같다. 어떻게 보면 이 벽돌이 전부다. 토론자는 논증을 하고 또 깨부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논증의 기본 단계
1. 논증을 하려면 결론부터 밝혀라. 즉, 청자가 받아들이길 원하는 사실, 가치, 처방부터 시작해라.
2. 결론 뒤에 '왜냐하면'이라는 말을 집어넣고 나머지 문장을 채워라. 이것이 핵심 주장 또는 증명해야 할 대목이다. 
3. 핵심 주장에 왜냐하면이라는 말을 집어넣고 나머지 문장을 채워라. 이것이 근거, 즉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
4. 근거를 증거, 즉 실제 사례에서 찾은 정보나 사실로 뒷받침하라. 
5. 핵심 주장을 다른 근거와 함께 최종 결론지어라.

예시
1. 결론: "밥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2. 핵심 주장: "왜냐하면 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3. 근거: "왜냐하면 그는 친구들과 타인에게 종종 모질게 굴기 때문이다."
4. 근거의 증거: "지난 금요일 저녁식사 때 그가 셰릴의 직업에 대해 상처 주는 말을 했다."
5. 연결고리: "밥이 배려심이 없다는 사실은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의 의도야 어떻든,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주장을 만드는 5단계.
 

#2-3 논증이 똑바로 서려면: 2가지 입증 책임

논증의 5번째 단계 즉, 핵심 주장을 근거와 연결해 최종 결론을 내는 작업에는 2가지의 입증 책임이 부여된다. 논증에서 '2가지 입증책임'이란, 청자를 설득할 기회를 갖기 전 핵심 주장이 입증해야 할 두 가지다. 그 2가지는 바로 '진실'과 '중요성'이다.
진실: 핵심 주장은 옳거나 믿을 만하다.
중요성: 핵심 주장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예시
"밥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핵심주장에서 2가지 입증 책임은 다음과 같다.
진실: 밥은 실제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다.
중요성: 만일 밥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결론지어야 한다.

2가지 입증 책임의 중요성
논증이 똑바로 서려면 2개의 다리가 필요하다. 토론자가 핵심 주장이 진실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주장 전체가 고려할 가치가 없어진다. 또, 핵심 주장의 중요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듣는 이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 2개의 다리가 없다면 예언 능력은 있으나 설득력은 없었던 그리스ㆍ로마 신화의 카산드라가 같은 처지가 되고 말 것이다.

'중요성'의 중요성
두 가지 책임 중 더 간과되지 쉬운 건 중요성이었다. 토론자는 더 많은 근거와 증거로 주장을 뒷받침하느라 바쁜 나머지 그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큰 문제인데, '진실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주장'은 듣는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이 바뀌게끔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성'이 중요성을 설파하지 못한다면 상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지구온난화는 분명 큰 문제지만, 느리디 느린 진행속도 때문에 그 문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해 유난히 짧았던 가을처럼, 점점 지구온난화로 인해 체감되는 이상 기후가 빈번해져야 비로소 '중요성'이 공유ㆍ공감ㆍ대두될 것이다. 2가지 입증 책임에서 말하는 '중요성'은 바로 그러한 공유ㆍ공감ㆍ대두의 인위적 생성 작업이다.
 

#2-4 입증 책임을 위한 네 가지 W

레스링 선수인 밀로는 날마다 송아지를 들어올리는 훈련을 한 끝에 결국 다 자란 황소를 들 수 있게 됐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직접 그림을 그리지는 않고 아펠레스와 프로토게네스와 안티필루스의 작품만 계속 들여다본들 아무 소용이 없듯이, 수사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날마다 글쓰기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 옛 작가의 말도 그들의 온갖 사상이나 맑은 언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 또한 고된 반복 훈련과 숙달을 맞바꾸기 위하여 나만의 수사법 훈련안을 만들어냈다.

네 가지 W
논증을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간소화하여 네 가지 W, 즉 무엇을(What), 왜(Why), 언제(When), 그게 왜 중요한가(Who cares)를 중심으로 구조를 짰다.
1. 핵심이 무엇(What)인가?
2. 그게 왜 진실(Why)인가?
3. 전에 언제(When) 그런 일이 일어났나?
4. 그게 왜 중요(Who cares)한가?

네 가지 W의 예시 - '배심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제에 찬성
무엇을? 우리는 배심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터리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왜? 배심원들은 법률적 증거라는 개념을 잘 모른다. 그들은 미디어에 지나치게 휘둘릴 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 다수의 미국 법률가들이 'CSI 효과'를 증언하고 있다. CSI 효과란 배심원들이 수사 증거를 이해하는 데 TV 프로그램이 미치는 왜곡된 영향을 설명하는 용어다.
그게 왜 중요한가? 잘못된 판결은 희생자, 피고인, 사회 전반에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또한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마저 약화시킨다.

네 가지 W의 예시 - '개를 입양하겠다는 아버지의 계획'에 반대
무엇을? 우리는 개를 입양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산책을 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다들 바쁘다. 수요일에는 모두 8시 이후에야 귀가한다.
언제? 지난번에 키우던 금붕어도 아무도 돌보지 않는 바람에 죽었다.
그게 왜 중요한가? 개는 매일 산책시켜주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고, 우리 식구는 이 새로운 집안일을 놓고 날마다 싸울 것이다.

저자가 2가지 입증 책임을 연습하기 위해 만든 틀이다. 유용해 보인다. 

#2-5 논증이 향해야 하는 대상 (청중의 존재)

나는 잠시라도 멈춰 서서 청자가 내게 듣고 싶어할 말이 무엇일지를 고려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청자를 압도하려고만 했다. 말로서 의혹에 답하는 대신 의혹을 짓눌러버리고, 설득하는 대신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고, 공감하는 대신 경탄을 자아내기 바빴다. 나는 사람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대고 말을 한 것이다.

데브라와 나는 논증에 거의 같은 도구를 활용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술을 청자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데 사용한 반면, 데브라는 같은 방법을 청자의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감지하고 해소해주는 데 사용했다. 데브라는 그 네 가지 W를 스스로에게 되물으면서 '왜?', '그게 왜 중요하지?'라고 궁금해할지 모르는 청자를 향해 답변했다. 다른 사람을 자기 생각의 공저자로 삼은 거였다.

(토론 대회에서) 데브라의 스피치가 끝나자 심판들은 크게 기쁘지도 감동받지도 않은 듯 보였다. 대신 그들의 얼굴에는 마침내 응답을 들은 사람들이 짓는 안도감 같은 것이 어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듣는 사람을 생각하며 말하기. 토론에서 설득해야 하는 것의 본질은 #2-1에서 말하는 '진실'이다. 고정된 진실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것은 우리가 믿는 진실의 설파다. 설득시키지 못하면 설파할 수 없다.
 

#2-6 논증의 의의: 진실 공유

열여섯과 열일곱을 이렇게 정신없이 보내며, 나는 대회의 수준이 어떻든 토론은 결국 논증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또한 처음에는 완벽한 논증(천재성의 산물)을 이상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진짜 이상적인 상태는 팀원들의 기여, 청자의 기대,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등 수많은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런 논증들은 대담무쌍하게도 스스로 진실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퀼트처럼 조각조각 꿰어 만드는 논증은 진실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공유된 진실로 구체화해나가는 일인 것 같았다. 이는 한 사람의 연설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고정된 진실이 없지만, 공유된 진실은 존재한다. 토론은 다양한 의견을 섞으며 구성원들 간 공유하는 어떠한 진실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3 나의 생각

#3-1 '말을 잘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는 레시피

책 '디베이터'에 있는 논증에 대한 내용은, 우리가 평소 생각하곤 하는 '말을 잘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룰 수 있는 왕도를 제시한다. 그러나 왕도의 길을 걷기란 힘들 것이다. 저자는 학생 토론 대회 준비 기간으로 주어진 4주 동안 논증 100개에 대한 '4가지 W' 쓰기로 결심하고 실행했다고 한다. 4가지 W에 대답하고, 논증의 2가지 입증 책임을 충족시키려 애쓰며 말이다.
 
그러나 '레시피'대로 많이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레시피'가 무엇인지 정확히ㆍ제대로 알아두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생각에 대한 더 좋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게 되며, 논리적인 사고에 대해 항상 인지하고 다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테다.
 

#3-2 공유된 진실, 고정된 진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나는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은 언제나 하나였으나, 대답(방법론)은 늘 달랐다. 대충 생각해도 8살부터는 이런 질문을 해왔다. 지금까지 모

kenel.tistory.com

위 게시글은 조던 피터슨의 책을 읽고 나의 삶의 방식을 돌아본 글이다. 해당 글에선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관념인 '질서', '혼돈', '균형' 등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본 게시글에서 나온 '진실'에 대한 관념은, 이 조던 피터슨이 논한 관념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되었다.
 
(내가 믿는) 법칙은 '질서', (내가 믿지 않는) 법칙은 '혼돈', 공유된 진실은 '균형'에 대응된다. 또, 조던 피터슨의 세계관에서 '고정된 진실'은 '빛' = '신의 권능'으로 묘사된다. 즉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 게시글에서 다룬 책 '디베이터'에서도 고정된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진실'이란 비유하자면 캄캄한 밀실에 있는 물건을 손더듬으로 만져가며 추측하고, 서로의 추측에 대해 토론해가며 공유된 진실인 것이다. 토론은 그 공유된 진실을 도출해내는 이성적인 과정이다.
 

#3-3 청중의 존재

토론의 본질이 공유된 진실의 설파라면, 청중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5에서 말한 '논증이 향해야 하는 대상'인 청중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는, 공유된 진실의 파급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겠다. 청중'에게 대고' 말해선 안 된다. 토론의 본질을 기억하며 청중을 마음을 사로잡는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그 세일즈맨이 파는 상품은 진실이다.
 

#4 요약

논증은 토론의 벽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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