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하나의 콘퍼런스장에서만 진행되지만, 오후에는 3개의 콘퍼런스장에서 동시에 서로 다른 강연을 진행했다. 그래서 모든 강연을 들을 수 없었고, 내가 들은 강연에 대해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2 핵심 논리
#2-1 The Present and Future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연설자 Jerry Kaplan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3가지 키포인트 1. 어떤 기계에 AI를 탑재한다고 해당 기계가 똑똑(smart)해지진 않는다. AI는 그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줄 뿐이다. 2. AI는 과학이 아니라, 공학이다. 3. 요즈음의 'AI 붐'은 곧 절정을 맞이할 것이고, 이 절정이 지나면 AI는 (인터넷이 그러한 전철을 밟았듯) '평범한 일상'의 일부로 편입될 것이다.
키포인트 - 1 인공지능이라는 이름 자체가 문제다. 실제로 기계에 '인간적인' 의미로서의 지능은 없다. 인공지능은 '지능'라는 단어보단, '자동화'라는 단어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이 맥락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반복 노동 직업들은 AI에 의해 '자동화'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주요 직업은 사람끼리 대면하거나, 인간적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될 터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는 비극이라 볼 수 없다. 우리는 더 '인간다운'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닌가? 역설적으로, AI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셈이다.
키포인트 - 2 AI가 수행할 수 있는 분류 작업 및 지각 작업은 인간의 뉴런 구조에 착안하여 설계되었다. 즉, 생명 과학의 손길이 AI에도 미친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AI는 과학적 관점이 아닌 공학적 관점, 즉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
키포인트 - 3 교육(ChatGPT와 같은 개인 교사), 의료(머신러닝을 통한 신약 개발 가속화), 프로그래밍(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 미술(생성형 AI로 만드는 사진, 음악, 영상), 개인 로봇(집사 로봇 등), 로봇 자동화(공장 등에서 사용)의 6가지 사례는 AI의 일상화로 벌어질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
특별 대담에서의 Q&A 질문자: 생성형 AI의 2025년 트렌드는? Jerry 교수: 언어 모델의 성능(벤치마크 점수)이 높아질 것, 공공 및 민간에서 AI를 도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증가할 것, 수많은 생성형 AI 서비스 상품들이 출시될 것 (경쟁 심화로 상품 판매가가 낮아질 것)
질문자: AI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면, 우리가 할 일은? Jerry 교수: 생성형 AI를 포함한 AI 이용법에 전문가 수준으로 숙달되어야 한다. 또, 대인관계 능력도 길러야 한다.
질문자: 우리(서울)가 노력할 것은? Jerry 교수: 한국이 AI 원천 기술에 관해선 후발주자일지라도, 잘 해낼 것이다. 한국은 시장을 발굴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강점이 있다. 이미 보여주지 않았나 (← 삼성전자의 성공 얘기로 보임). 추가로, 사회가 AI 스타트업을 잘 육성해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자: AI의 발전으로 인한 실직 문제? Jerry 교수: 일자리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지, 일자리의 총숫자가 줄진 않을 것이다.
내 기억으론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원죄라는 표현까지 쓰셨던 걸로 기억한다. 이 부분이 재밌었다. 이미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한 탓에 발생하는 실제 개념과의 괴리가 말이다. 나는 인공지능을 '부하 직원'이라고 생각해 왔다. 부하 지원은 똑똑할 뿐만 아니라 내 입장에서 보면 자동화(?)까지 갖췄다. 그러나, Jerry 교수님은 인공지능을 '똑똑함'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AI에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지능'이 없다는 데에 근거한다.
어찌 됐든 수많은 일들이 '자동화'될 테니, 여기에 거슬러선 안 되겠다. 우리 윗세대들이 인터넷을 어려워하는 것을 생각하면, 나 또한 인공지능을 어려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신세대들은 인공지능을 '선택'했을 뿐인 나와 달리, 아예 인공지능 시대에서 '태어날' 것이므로 그리 어려워하진 않을 테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배우고, 아낌없이 이용해야 한다.
#2-2 AI 시대 국가 경쟁력, 다시 산업 입국과 교육 입국으로!
연설자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공과 대학의 중요성 '산업 입국'과 '교육 입국'의 교집합은 '공과 대학'이다.
산업(Industrial) AI 한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율은 28%로 전 세계 1위다. 제조업 경쟁률이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 산업 AI는 대한민국 AI의 미래가 될 것이다. 산업 AI로 성공하는 난이도는 분명 높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산업 AI에서 경쟁력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격차 벌리기). 허나 우리나라 제조업 회사 경영진의 AI 도입 인식 및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앞으로라도 스마트 공장 보급 등으로 AI 도입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산업 AI를 위한 대학의 역할 대학, AI (솔루션) 공급 기업, AI 수요 기업, 지자체 (정부)가 힘을 합쳐 '산업 AI 컨설팅 센터'를 도입 및 활용을 제안한다.
적응(Adaptation) 이론 예를 들어 한국의 인구 감소(4000만 명 아래로)는 슬프지만 사실상 정해진 미래라고 봐야 한다. 또, 기후변화는 그것이 진짜로 일어날지 아닐지는 여부가 '불확실성의 범위'에 들어간다 ('존재하나 가능성 모호'Deep Uncertainty라고 표현). 이 2가지 경우는 우리가 '적응'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사실상 정해진 미래(인구 감소)거나 불확실성의 범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기후변화)엔, 결코 실패하지 않는 강건한(Robust)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의 일상화에 대한 적응 이론 'AI가 일상화' 또한 우리가 적응해야만 하는 현실일 테다. 하지만 'AI의 일상화'는, 다시 말해 'AI가 그려낼 미래 모습'은 그 예측이 초격변(radical)적이라 불확실성의 범위조차 불분명하다. 이 경우 우리는 민첩(Agile)하고 유연(Flexible)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패널 토론에서의 Q&A 질문자: Scaling low에 의거해 컴퓨팅 자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김영오 학장: 정부 주도로 데이터센터나 컴퓨터센터를 짓는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질문자: 초ㆍ중ㆍ고 교육에서의 AI 솔루션은 무엇이 있을지? 김영오 학장: 해당 시점의 교육에선, 교과서로부터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 따라서 AI를 통한 교육 솔루션보다는, 교육 데이터 축적(수업을 녹화해서 저장) 및 공유가 더 중요하다.
나는 무심코 AI =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했다. 아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ChatGPT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AI = 서비스업이 아니라 AI ⊃ 서비스업이고 AI ⊃ 제조업이다. 전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제조업 비율! 어쩌면 미래엔 나도 제조업과 연관된 AI를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당연한 인터넷 시대의 형태를, 그 이전 시대에서는 예측하기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건 침을 삼키는 것만큼이나 쉽지만, 그 반대는 극악으로 어렵다. 오늘이나 내일 당장 판도를 바꿀 새로운 AI 소식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언제나 AI에 대한 대비나 전략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2-3 지금은 산업 특화 모델에 배팅해야하는 시기
연설자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
잼버스 웹툰 작가를 위한 웹툰 이미지 생성 스타트업. 한 회를 보는 데 3분이면 되는 웹툰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노동집약적이라고 한다. 그리는 작가 입장에선 한 회당 몇십몇백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정기적으로 업로드(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서비스다.
생성형 AI의 랜덤성 억제 웹툰 이미지 생성은 생성형 AI가 가진 특징인 랜덤성을 오히려 억제해야 한다. 연속된 웹툰 컷에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일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AI 티가 나지 않는 AI'이라 할 수 있겠다.
현 AI 시장에 대한 이야기 현 AI 시장은 미국으로 대표될 수 있는, 이른바 쩐의 전쟁이다. AI 개발엔 많은 돈이 필요하며, 스타트업의 경우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낮은 개발 비용으로 화제가 된 DeepSeek가 반례가 아니냐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DeepSeek는 현재 시점의 ChatGPT를 그럴듯하게 따라 했을 뿐이고, DeepSeek 개발사가 차세대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건 힘들 것이다 (= 돈이 많이 들 것이다).
AI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 1. 나의 전장을 명확히 하라. 즉, '특화(Edge)된 서비스'를 제공하라. 특정 사용자 경험에서의 'Pain point'를 잘 찾아서, 꼭 필요하며 또 (범용 LLM으론) 대체 불가능한 AI를 개발해야 한다.
1계층에 해당하는 서비스는 범용 LLM을 의미하며, ChatGPT로 대표된다. 1계층도 할 수 있는 건, '특화된 서비스'라고 말할 수 없다. 여담으로 잼버스 이용 고객에게 제공될 앱은 5계층에 해당하며, 해당 앱에 탑재될 잼버스만의 AI 모델은 2계층에 해당한다고 한다.
2. 현 LLM의 성능을 '(미래까지 포함한) LLM의 고점'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예를 들어 현시점 최고의 LLM은 GPT-o1을 들 수 있을 텐데, 이는 그저 현재의 고점에 불과하다. 내가 만들 어떤 서비스가 GPT-o1가 대답 못 하는 걸 대답할 수 있다고, 앞으로 나올 GPT-5, GPT-6, GPT-7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5번 조언으로 이어진다.
3. 시장 혹은 기술, 적어도 하나는 명확해야 한다. 시장성이 확실해서 기술만 개발하거나, 반대로 기술력은 확실하기에 시장만 찾으면 되는 경우여야 한다. 최고의 상황은 둘 다 명확한 경우겠다.
4. 나와 결(성향)이 맞는 투자자를 찾아라. 점유율을 우선하는 투자자, 매출을 우선하는 투자자, 기술을 우선하는 투자자... 투자자의 성향은 천차만별이다. 나와 성향이 맞는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5. "그거 Open AI가 하면요? 아니면 대기업이 하면요?"라는 질문에 대해 완벽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2번과 같은 맥락이다. 범용 LLM도 할 수 서비스라면, 내 서비스는 상품성을 지니지 못한다.
6. Data-wall에 대한 대비를 갖춰라. Web의 데이터는 이미 (크롤링으로 인해) 고갈되었다. Web 외적인 곳에서 기업 독점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갖춰야 한다. 가령 자사 서비스를 운영하며 누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서비스 이용자들의 Feedback을 통해 강화학습을 진행(RLHF)하는 식이다.
7.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확신에 배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Open AI도 첫 4년 간은 적자였다. 확신이 없었다면, Open AI가 적자의 4년을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AI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 부분을 아주 홀린 듯이 들었다. 내게 넓은 시야를 틔워준 좋은 연설이었다. 프로그램의 병렬적 구성 때문에, 연설자이신 정승환 라이언로켓 부대표님이 참여한 패널 토론을 아주 일부만 들은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잠재적인(?) AI 예비 창업자 아닌가? 그러므로 남들은 못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잘 발굴하고, 또 어떻게 수익화할지를 재미로라도 고심해 보며 살아가야겠다.
#2-4 AI 사피엔스 시대 생존전략
연설자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교수
기업 시가 총액으로 보는 AI의 기대 잠재력 엔비디아는 과거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가총액이었으나, 생성형 AI를 위한 GPU 독점으로 인해 현재는 과거에 비해 시가총액이 10배 넘게 올랐다. 반면, 그동안 삼성은 시가총액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또 2025년 1월 14일 기준 시가총액 TOP 10에는, AI 선도 기업이 무려 8개나 포함되어 있다. 이는 AI에 인류가 가지는 기대치를 반영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2010년 → 2025년의 변화 (디지털 혁명) 택시는 우버로, 매리어트ㆍ하얏트ㆍ힐튼 호텔은 에어비앤비로, KB국민은행ㆍ신한은행은 카카오ㆍ토스로, 지상파ㆍ케이블은 유튜브ㆍ넷플릭스로, 월마트ㆍ이마트는 아마존ㆍ쿠팡으로, 삼성ㆍ도요타는 애플ㆍ테슬라로, 인스타그램ㆍ페이스북은 틱톡ㆍ메타ㆍ로블록스로 그 대세가 바뀌었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 맛보기 (AI 혁명) LLM - ChatGPT 등 LMM - DALL·E, Midjourney, SORA, VEO2 등 AI 서비스 - Perplexity, Claude, Palantir 자율주행 - Google Waymo, Tesla FSD 로봇 - Tesla Optimus 학문 - 2024년의 노벨 물리학상 및 노벨 화학상은 모두 AI 천재들에게 수여됨
미중 AI 패권 전쟁 시대 7나노 이하 제조 기술 확보가 AI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데, 현재는 미국ㆍ우리나라ㆍ대만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또 중국에 최신 GPU 수출을 금지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국가의 사활을 걸고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 중이다.
DeekSeek와 카카오ㆍ네이버 낮은 돈으로 AI 개발에 성공했다는 DeekSeek의 발표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850조 원이 증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가총액이 복구되었다. 왜냐하면 DeepSeek의 개발 원천 기술은 죄다 미국의 기술들을 가져다 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모방에 불과). 또,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락했던 날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는 폭등했다. DeekSeek 등장의 의의는 낮은 비용으로 AI 모델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신호인데, 이는 카카오와 네이버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AI 혁명을 대비하는 대한민국의 경쟁력 한국은 AI 반도체 기술 보유국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납품하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세계 2위다. 또, 가전ㆍ자동차ㆍ로봇 등의 Physical AI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또 요즘의 대세는 On-device AI인데, 갤럭시폰이나 삼성 ㆍ LG의 가전제품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On-device AI 제조에 최적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규제 AI 규제의 본질은 AI로 인한 일자리 및 연봉 감소 우려다. 하지만, 혁신은 막을 수 없다. 결국 AI 사피엔스 비율은 늘어가기만 할 것이다. 과거 닷컴버블 직후 유럽과 미국의 GDP는 비슷했으나, 현재에는 미국이 30% 더 앞서 있다. 유럽에서는 이에, 인터넷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을 원인으로 꼽는다. 디지털 혁명을 일으킬 사업가들이 유럽의 규제에 질려 죄다 미국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AI에서도 같은 실수가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패널 토론에서의 Q&A 질문자: AI로 인한 기존 일자리 상실 문제에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최재붕 교수: 그걸 일단 규제로 막고 보려는 건 120년 전 쇄국 정책과 같다. 규제로 틀어막고 보는 건 절대 안 된다. 괜찮은 방안 중 하나는 우버의 기금 전략이다. 우버는 자사 서비스로 발생한 이득의 일정 금액을 기금으로 뺐다. 그리고 기존 전통적인 택시 운전자들에게 기금의 돈을 줬다.
질문자: AI가 변화시킬 인류는 어떤 모습일지? 또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모습은 어떤 형태일지? 최재붕 교수: 지난 10년간의 디지털 사회에선 개인의 정보 접근성이 올라갔고 그만큼 개개인의 권력이 올라갔다. 개인 권력의 부상은 반대로 단체 권력의 약화로 이어져, 어떤 집단이 단체로 부도덕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AI 또한 같은 맥락으로, 개인에게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다. 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자아'를 가질 수 있음은 현재까지 진행된 수많은 연구에서 전혀 증명된 바가 없다.
On-device 경쟁력은, #2-2에 있는 김영오 학장님의 제조업 경쟁력과 결이 같은 이야기다. 또, DeekSeek 등장의 의의가 카카오 및 네이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초거대 자본의 부재가 문제였지 우리 IT 기업들의 실력이 낮은 게 아니었으니. 앞으로 펼쳐질 AI 일상화에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빈다.
#3 나의 생각
#3-1 어떻게하면 AI로 돈을 벌까
"AI 스타트업이 일단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출시부터 하고 보면, 잘 되는 경우가 많다."
발언자분이 누구셨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Next AI Wave 트랙에서의 패널 토론 중 나온 말이다. 현재의 AI 붐은 과거의 인터넷 붐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현재의 고민을 과거의 고민에 빗대어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붐 시기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터넷으로 돈을 벌까?" 처절히 고민도 해보고, 일단 만들어서 내놓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성공했거나, 실패했더라도 많은 실전 교훈을 체화한 채 다음 도전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3-2 놀라웠던 실시간 번역 기술
외국인 연사의 연설은 실시간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그 수준이 매우 뛰어났다. 이 정도 급이면, 컴퓨터로 그 어떤 외국어 영상을 틀어도 이해하며 시청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당연히 완벽하진 않았다. 가령 한국어 연설도 한국어 → 영어 역 번역을 제공했는데, '청년'을 '칭년'으로 알아듣고 마치 고유명사인 것처럼 번역해 버린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런 실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아마 일반 소비자용은 아닐 것이고, 이 실시간 번역을 위해 높은 성능의 GPU가 뒷받침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일반 소비자도 이용할 서비스라면, (아주 비싸지 않다는 가정하에) 지금 당장 결제해서 일상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일반 소비자용도 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현시점 기준 제일 싼 요금제가 시간당 20달러다... 음성 데이터를 해당 서비스 제공 업체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 후, 해당 서버에 있는 아주 높은 성능의 GPU로 실시간 번역 후 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긴 번역의 퀄리티가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다.
#3-3 PPT는 중요하다
PPT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콘퍼런스는 주로 여러 연사가 돌아가며 연설하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영어 연사분들의 경우, PPT 없이 설명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나는 메모를 하면서 들었음에도 연설 내용 따라가기에 꽤 버거웠다. 반면 PPT가 가미된 연설은 PPT가 마치 지도와 같이 작용하여, 연설의 흐름의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쉬웠다.
또, PPT에 작은 글씨를 많이 쓰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글씨가 거의 안 보이기도 했지만, 설령 보인다 한들 연설을 들으면서 동시에 깨알 같은 글씨를 읽어 나가긴 쉽지 않을 테다.
#3-4 오프라인 참여의 의의
콘퍼런스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본 콘퍼런스가 유튜브로도 생중계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참석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주위의 열정적인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오는 것. 사실 이게 본 콘퍼런스 참석의 주요 목적 중 하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도 훌륭한 사람 곁에 있으라 충고한 바가 있다. 난 훌륭한 사람 곁에 있기보단, 그저 구경하고 온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게 형용하기 힘든 어떤 이득임을 느낄 수 있었다.
#4 요약
AI는 '지능'이 아닌 '자동화'다. 이미 일상화된 인터넷처럼, AI를 통한 자동화는 일상이 될 것이며 관련된 상품 또한 쏟아져나올 것이다. Open AI로 대표되는 초거대 자본 기반 원천 기술은 한국에서 나오기 어렵다. 허나 한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 AI에 매우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특화된 AI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5 잡다한 이야기
#5-1 가는 길
코엑스까지 기차 + 지하철로 갔다. 추운 날씨였다. 코엑스의 어느 가게 유리 벽에 뭔가 깜찍한 캐릭터가 인쇄되어 있었다.
#5-2 입구
시각적으로도 웅장했지만, 청각적으로 둠칫둠칫하는 배경음악에 나오고 있어서 더 웅장했다. 사진 오른편에는 인형 탈을 쓴 분이 계시는데, 인형은 서울 AI 허브 마스코트 '리니'라고 한다. 인형 탈을 한 분이 계속 쓰고 계셨던 건지 아니면 돌아가면서 쓰셨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행사 내내 인형 탈을 쓰고 돌아다니셨다. 힘드셨을 것 같다.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어둘 걸 그랬나?
본 콘퍼런스의 운영 측엔 서울대학교도 있다. 그래서 학부생인지 대학원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엔 점점 얼굴로 나이를 가늠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 과잠을 입고 돌아다니는 도우미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리니 인형 탈을 쓴 사람도 이 도우미 학생 중 하나일 것이라는 아주 강한 추측을 해본다).
나는 서울대 간판에 꽂혀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서울대에 가야만 성공한다고 진심으로 믿었기에, 실패 후엔 기나긴 좌절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기에 서울대 마크는, 남들에게보다 나에게 훨씬 각별한 인상을 보낸다. "과거가 달랐다면 나도 저런 잠바를 입고, 더 멋진 대학 생활을 보냈을까?"라는 생각을 무심코 했다. '간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력'이고,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 능력'이라는 진리를 알고 있는 지금의 나도,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진 못하나보다.
#5-3 실시간 중계방
오후부터는 프로그램들이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인원이 분산되지만, 오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본 콘퍼런스장을 제외한 나머지 콘퍼런스장(바로 옆방)에서는 본 콘퍼런스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었다. 본 콘퍼런스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인원 제한으로 출입이 막혀있었기에, 나도 중계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좋았다. 책상도 있고, 주위도 널찍해서 메모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5-4 점심시간 - 본 콘퍼런스장
점심시간이라 텅 빈 본 콘퍼런스장.
#5-5 점심시간 - 스타트업 부스
남는 점심시간에 스타트업 소개 부스를 둘러봤다. 다양하고 열정적인 AI 스타트업들이 모여있었다. 공군 제복을 입은 분들도 계셨는데, 공군용 LLM 모델 개발 부스로서 참여하신 거였다.
#5-6 점심시간 - 호카 매장
콘퍼런스 개최 장소가 코엑스 1층이었는데, 한층 내려간 지하 1층에는 코엑스몰이 있었다. 식당도 많고 옷 가게도 많았다. 그중 호카 매장이 있길래 들어가 봤다. 몇 달 후 친구와 마라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때 착용할 런 벨트나, 팔 토시, 장갑 따위는 호카 것으로 살 것 같다.
#5-7 패널 토론 1
Next AI Wave 트랙에서의 패널 토론.
#5-8 패널 토론 2
본 컨퍼런스장 AI 윤리 세션에서의 패널 토론.
#5-9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자
걸음걸이부터, 연설하시는 내내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셨던 이지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님의 모습. 폐회식 후 밖으로 나가는 출구 쪽에 서 계셨다. 이때 눈이 살짝 마주쳤음에도 연설을 잘 들었단 인사를 미처 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